Art & Culture

예술을 담는 그릇

안과 밖을 새로 단장한, 다시 보고 새로 봐야 할 세계의 미술관 여섯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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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한 자연 환경과 동화된 예술 공간인 글렌스톤 뮤지엄에 설치된 제프 쿤스의 <Split-Rocker> (2000).

공간도 하나의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변화하고 증폭한다. 예술을 담는 그릇인 미술관은 건축물 그 자체로 작품과 예술적 역할을 공유하고 있다. 

글렌스톤 뮤지엄 GLENSTONE MUSEUM 


워싱턴 DC 외곽, 메릴랜드주 포토맥에 자리한 글렌스톤 뮤지엄은 세계에서 가장 큰 프라이빗 미술관 중 하나가 아닐까. 글렌스톤의 광대한 부지에 새로 지은 파빌리온이 10월 4일 문을 열기 때문이다. 총면적 약 4600㎡의 전시 공간을 갖춘 파빌리온의 증축은 토머스 파이퍼 & 파트너스가 디자인을 담당했다. 파빌리온이 완성됨에 따라 글렌스톤 뮤지엄은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 로스앤젤레스의 더 브로드 미술관보다 더 큰 규모를 자랑하게 되었다. 

브리들 트레일을 따라 흐르는 포토맥강의 지류인 그린배리어천 주변과 큰 연못, 작은 백합 연못 등 독특한 수생 생태계를 품고 있는 글렌스톤 뮤지엄. 넓은 구역에 드문드문 설치된 야외 조각품 컬렉션은 예술, 건축, 풍경을 완벽하게 통합한다. 호숫가 물안개 너머로는 엘즈워스 켈리의 높이 14m짜리 스틸 기둥이 우뚝 솟아 있고,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의 설치물은 하늘을 비추는 두 개의 웅덩이와도 같다. 미로 혹은 분계선처럼 자리한 리처드 세라의 <실베스터(Sylvester)>(2001)와 <컨투어 290(Contour 290)>(2004)도 눈길을 끈다. 글렌스톤 뮤지엄은 건축과 예술이 조우하는 4만㎡ 이상의 풍경을 선사한다. 숲, 산책로, 개울과 목초지, 야외 조각품 등이 평화로이 어우러지는 풍경이다. 이곳에서 건축은 예술 작품, 아름다운 녹음만큼이나 필수적이며, 컬렉션과 방문객의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최소한의 디자인을 지향한다. 

글렌스톤 뮤지엄의 설립자이자 억만장자인 미첼 롤스와 그의 아내인 미술사학자 에밀리 롤스는 글렌스톤 뮤지엄이 뉴욕 예술 산업의 선구자였던 프리크 미술관의 현대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글렌스톤 뮤지엄의 제2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파빌리온을 증축하기 위해 롤스 부부는 전 세계의 50여 개 박물관을 방문했고, 코펜하겐 외곽의 루이지애나 박물관, 스위스 바젤의 베일러 재단 미술관, 텍사스 휴스턴의 메닐 컬렉션 미술관 등에서 영감을 얻었다.2006년에 개관한 본관 갤러리는 과스미 시겔 & 어소시에이츠 아키텍츠의 건축가 찰스 과스미가 설계를 맡았다. 그는 널찍한 전시 공간과 연못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를 만들고, 화강암과 스테인리스 스틸, 티크 등 제한된 재료를 이용해 건축물이 주변 풍경 및 그것이 수용하는 예술과 조화를 이루며 존재하도록 디자인했다. 현재 본관에서는 지난 5월 10일부터 2020년 1월까지 이어지는 전시회 <루이스 부르주아: 고통을 해소하기(Louise Bourgeois: To Unravel a Torment)>가 열리고 있다. 프랑스 태생의 미국인 예술가 루이스 부르주아가 50여 년간 보여준 선구적 작품 활동을 담은 전시다. 글렌스톤 뮤지엄의 소장품인 <아버지의 파괴(The Destruction of the Father)>(1974) 등 그녀의 작품 30여 점을 함께 볼 수 있다. 

이번에 증축된 파빌리온은 변화무쌍한 전시 공간과 특정 예술가를 위한 전용관 여덟 개 등 총 열두 개의 방으로 이뤄진다. 각 방은 모두 작품을 독특한 비율로 전시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모든 방은 유리로 덮인 통로로 연결되며, 통로 주변으로 계절마다 변화하는 수생식물이 자라는 6만㎡ 규모의 워터 코트가 바라보인다. 조명은 커다란 창문과 천장으로 쏟아지는 자연광을 이용한다. 여덟 개의 전용관은 찰스 레이, 로니 혼, 브라이스 마든, 마이클 하이저, 마틴 퓨리어, 사이 톰블리 등의 작품만을 전시한다. 

방문객은 파빌리온에 도달하기 위해 10분 동안 초원을 가로질러 걸어가야 하는데, 그 시간은 마치 도시 생활을 뒤로하고 자연에 빠져드는 고요한 체험을 위해 떠나는 여행처럼 느껴질 것이다. 족히 대여섯 시간은 잡아야 둘러볼 수 있는 방대한 풍경과 예술 그리고 건축은 모두 무료로 개방된다. 미첼은 1990년대부터 미술품을 수집하기 시작했으며, 1998년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지에서 살아난 후 그토록 공을 들인 글렌스톤 컬렉션을 무료로 운영하기로 했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온 후 자기 삶의 우선순위를 돌이켜보고 가족에게 중요한 유산으로 남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이들 롤스 부부의 컬렉션은 부부의 사후에도 컬렉션에 포함된 예술가의 작품을 위주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add 12002Glen RoadPotomac, Maryland 20854
tel 301-983-5001

가라지 현대 미술관 GARAGE MUSEUM OF CONTEMPORARY ART

지난 7월 러시아 부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그의 세 번째 아내 다샤 주코바와 함께 일군 모스크바의 가라지 현대 미술관이 올해 10주년을 맞아 파티를 열었다. 이 자리에 별거를 선언한 지 1년이 지난 부부가 함께 나타나 러시아의 가십 칼럼니스트들을 놀라게 했다. 가라지 현대 미술관의 디렉터 안톤 벨로프는 현재 기업 후원으로 많은 자금을 조달하고 있고 또 다른 기금을 모금할 계획이지만 여전히 아브라모비치와 주코바가 막대한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전에 두 사람이 바흐메테프스키 버스 차고(Bakhmetevsky Bus Garage)를 개조해 미술관을 만든다고 했을 때 많은 이가 허영심일 뿐이라며 웃어 넘겼지만 지금 가라지 현대 미술관은 현대 예술의 포괄적 공권력을 만들어내는 러시아 최초의 자선 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단순히 슈퍼 컬렉터의 취미나 놀이를 위한 장소가 아니라 명확하고 독창적인 비전으로 러시아 예술 시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청각 장애인과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정기 투어와 통합적 예술 프로젝트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렸다. 미술관 가까이 위치한 모스크바 강변의 고리키 공원은 모스크바 시민의 마음의 안식처이자 싱크 탱크이기도 하다. 

가라지 현대 미술관은 러시아 건축가 콘스탄틴 멜니코프가 지은 바흐메테프스키 버스 차고에서 태동했고, 2008년 가라지 현대 문화센터(The Garage Center For Contemporary Culture)라는 이름으로 정식 개관했다. 2012년 일본 건축가 시게루 반이 세운 임시 파빌리온으로 이사했으며, 2015년에는 렘 쿨하스가 옛 소련의 모더니즘 건축 특징이 살아 있는 ‘베레마 고다’ 레스토랑을 레노베이션한 건물로 완전 이전하며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개관 이후 모스크바에서 현대 미술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펼쳤으며 점차 미래 지향적인 현대 박물관으로 발전했다. 미술관 곳곳에는 일반적 갤러리 이미지인 화이트 큐브 형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모로 애쓴 흔적이 숨어 있다. 개관 첫해인 2008년 여름에는 옛 소련 태생의 유명 예술가 일리야와 에밀리아 카바코프의 쇼,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공연으로 화려하게 문을 열었다. 이후 장 휴버트 마틴이 기획한 세 번째 모스크바 비엔날레를 개최했고, 이어서 윌리엄 켄트리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제임스 터렐의 회고전 등 굵직한 전시를 올렸다. 

개관 후 얼마 동안 가라지 현대 미술관은 블록버스터급 쇼에 사로잡힌 듯 보였다. 아브라모비치와 주코바는 기업 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미술관을 임대하고, 큐레이터들에게 단 두 개의 전시회만 진행할 것을 요구하는 등 예술의 상업화에 앞장서는 모습으로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프로젝트도 합리적이고 진보적으로 발전했다. 예를 들어, 예술의 1차적 연구를 강조하는 고유한 싱크 탱크이자 학문 간 플랫폼인 ‘가라지 필드 리서치(Garage Field Research)’는 러시아 예술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최초의 오픈 시스템이자 공공 자원인 가라지 아카이브 컬렉션은 195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현대 미술과 관련된 다큐멘터리 자료를 폭넓게 기록하고 있다. 또한 주요 국제 예술가들을 현지 대중에게 소개하고 현대 러시아 예술가를 세계에 소개하는 전시 기획으로 모스크바에 새로운 예술적 세계관을 주입하고 있다. 현재 건축 사무소 OMA가 짓고 있는 육각형 파빌리온이 완성되면 가라지 현대 미술관의 규모와 영역은 더욱 커질 예정이다. 현대 미술의 미개척지와도 같았던 모스크바에서 점점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가라지 현대 미술관의 행보를 계속 주목해야 할 듯하다.


add  9/32 Krimsky Val st., 119049, Moskva, Russia
tel 495 645-05-20

코펜하겐 컨템퍼러리 COPENHAGEN CONTEMPORARY

덴마크 코펜하겐의 레프스할레외엔(Refshaleøen)에 문을 연 코펜하겐 컨템퍼러리(Copenhagen Contemporary, 이하 CC)는 유명 현대 작가의 대형 설치 미술을 위한 아트 센터다. 아름다운 랑겔리니 해안 산책로를 마주하고 있으며, 1872년부터 1996년까지 무역 산업이 활발했던 덴마크의 대표적인 항만이자 한때는 섬이었던 곳에 위치한다. 전성기에 1만 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했던 조선소와 1970년까지 코펜하겐 전역에 전력을 공급했던 부르마이스터 & 웨인의 본사가 있었던 장소이기도 하다. 오늘날 CC는 덴마크 산업 역사의 상징이 된 옛 섬 중심에 자리한 부르마이스터 & 웨인의 오래된 용접 홀을 리모델링한 건물에 들어서 있다. 레프스할레외엔에 새롭게 등장한 이 대형 문화 센터는 국제적인 아트 발전소로 거듭나고자 한다.

총면적 7000㎡의 부지에 들어선 상업적 용도의 건물은 오직 인터랙티브 설치 미술, 퍼포먼스 아트, 모뉴멘털 비디오 아트를 전시하는 데 사용된다. 대형 설치 작품 작가들의 전시를 볼 수 있는 독보적인 장소를 마련한 것. 전시관인 ‘코펜하겐 컨템퍼러리 스튜디오(CC Studio)’에서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전시된 현대 미술을 감상하고, 다양한 관객 참여 학습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런 형식의 첫 번째 전시는 슈퍼플렉스의 설치 작업 <One Two Three Swing!>. 1990년대 초기부터 작업을 선보여온 덴마크 아티스트 컬렉티브인 슈퍼플렉스가 2017년 런던 테이트 모던의 대형 전시장인 터바인 홀에 전시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다. 이리저리 길을 낸 파이프와 형형색색으로 칠한 바닥, 곳곳에 매단 그네가 등장하자 텅 빈 공간은 순식간에 즐거운 놀이터가 되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함께 그네를 타거나 바닥에 앉아 얘기하며 공간과 분위기를 즐겼다. 다른 한쪽에서는 더그 에이킨의 35분짜리 대형 비디오 사운드 설치 작품이 새로운 공간을 이루고 있다. 공간 전체를 활용하는 설치 미술은 전혀 다른 세계를 넘나드는 기분을 선사하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더욱 친근하고 특별하게 다가간다. 이 부두에도 높이 5m에 달하는 빌 비올라의 대형 비디오 작품, 안젤름 키퍼가 5000㎡ 면적의 공간에 펼쳐놓은 전후 시대의 잔상, 사라 지의 변화무쌍한 조각으로 구성한 설치 작업 등 시대를 관통하는 주요 작가의 작품을 차례로 전시했다. CC는 매년 모두가 인정할 만한 국제적인 예술가의 기획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러한 전시는 미술을 통한 교감과 놀이에 의한 신체적, 미적 경험의 결합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손으로 만지고,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미술 작품을 탐색,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 공간이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활발히 참여함으로써 이뤄지는 예술, 물리적 대화의 기반인 예술을 통해 세계를 배우게 된다.

유서 깊은 항만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아우라는 친환경적이며 진보적인 창작 작업이 덴마크 산업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장소에서 이뤄진다는 점에 기인한다. 이곳에 코펜하겐 도심과 정반대로 활기찬 놀이동산 같은 매력이 흐르는 것은 유동적이고 변화무쌍한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CC 주변에는 출출함을 달랠 레스토랑이 줄지어 있다. 바다에서 수영하거나 사우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등산, 스케이트, 스키, 벼룩시장, 극장, 음악 축제 등 각종 즐길 거리가 가득해 전시만 보고 떠나기엔 아쉬운 동네다. 


add Refshalevej 173A 1432 Copenhagen K
tel 45-2989-7288

타이쿤 TAI KWUN

홍콩섬 중심부에 위치한 타이쿤은 영국 식민지 시절 중앙 경찰서로 쓰인 건물을 레노베이션하고 증축해 역사 예술 박물관으로 탈바꿈한 공간이다. 올드 베일리, 할리우드, 아르부노트 등 주요 거리와 접해 있으며 남쪽으로 챈서리 레인이 위치한 요지에 새로운 핫 플레이스가 등장한 것. 중국어로 ‘타이쿤’은 ‘커다란 역’을 뜻한다. 이 명칭은 1880년대 초 중앙 경찰서와 관련된 뉴스에 기록되어 있다. 타이쿤을 이끄는 자키 클럽 CPS 리미티드(Jocky Club CPS Limited)는 이 건물의 복잡하고도 역사적인 중요성을 상기시키기 위해 그 이름을 미술관명으로 쓰기로 결정했다. 타이쿤은 홍콩에서 가장 중요한 재활성화 프로젝트 중 하나로, 옛 중앙 경찰서, 중앙 치안 법원, 빅토리아 교도소 유적지로 구성되어 있다. 타이쿤 재활성화 프로젝트는 홍콩 SAR 정부와 홍콩 자키 클럽이 협력해 주도했다. 자선 단체인 홍콩 자키 클럽이 이 장소를 관리하기 위해 비영리 단체인 자키 클럽 CPS 리미티드를 만든 것.

마천루가 즐비한 활기차고 분주한 도시 한복판에서 옛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유적지, 타이쿤. 센트럴과 미드 레벨의 고층 빌딩들 사이에 자리 잡은 건물은 수많은 갤러리와 골동품 가게, 식당, 술집으로 점점이 빛나는 번화한 할리우드 로드를 바라보고 있다. 할리우드 로드와 올드 베일리 스트리트의 교차로에 들어선 새로운 센트럴-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더욱 편리하게 들어갈 수 있다. 크고 작은 19동의 건물을 레노베이션하는 작업은 170년 이상 이어진 역사적 공간의 진정성을 살리는 동시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기 위해 최대한 문화재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덕분에 현재 건물들은 경찰서, 법원, 교도소 등 원래 기능에서 벗어나 완전히 대중이 감상하고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관람객은 엄정하고 육중한 건축적 특징은 물론, 이와 대조적으로 섬세하게 디자인된 공간의 세부 디테일을 감상할 수 있다. 복도와 통로 곳곳에는 이곳의 전통과 관련된 이야기가 녹아 있으며 양방향 투어, 문화 스토리텔링, 교육 프로그램, 테마 문화전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독특한 역사 복합물의 풍부한 유산을 더욱 밀도 있게 알아볼 수 있다. 도슨트가 이끄는 일일 투어나 타이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자유롭게 공간을 누비는 것도 좋다.

교도소 마당의 오른쪽 한편에는 헤어초크 & 드 뫼롱이 새로 증축한 JC 컨템퍼러리 빌딩이 자리한다. 홍콩 문화 담론의 장이자 현대 미술 전시와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비영리 예술센터가 들어선 건물. 이곳에서는 광범위한 공공 전시 프로그램과 함께 매년 6~8개의 기획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홍콩의 현대 미술 시장을 반영한 전시는 국제 아트 허브의 입지를 더욱 다질 것이며, 동시에 비영리 예술 센터로 기능하기 때문에 상업 예술 세계에서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 전시장 외에도 공연 예술 프로그램이 펼쳐질 너른 마당은 독특한 장소에 적합하도록 실내와 실외 공간 모두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JC 큐브, 런더리 스텝, 프리즌 야드, 퍼레이드 그라운드 공간은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춘 극장, 음악, 춤, 영화를 위한 장소로 각각 쓰인다. 미술관을 방문하는 이유중 하나인 아트 숍은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개성 넘치는 식당은 물론이고 디자인 라이프스타일 상품과 훌륭한 서적, 선물, 의류 상품을 구경하는 것도 꽤나 흥미롭다. 날짜별로 런치 타임 시리즈, 토요 음악 플랫폼, 일요 영화 시리즈, 주말 특별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정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add 10 Hollywood Road, Central, Hong Kong
tel 852-3559-2600

가디언 아트 센터 GUARDIAN ART CENTER

건축 사무소 뷔로 올레 스헤렌의 대표이자 건축가인 올레 스헤렌은 가디언 아트 센터를 “예술의 민주화를 반영하는 하이브리드 예술 기관”이라고 묘사한다. 그의 말처럼 가디언 아트 센터는 상업적 기능과 지역 사회의 자원을 결합한 다각적인 프로그램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스헤렌은 “박물관은 더 이상 예술에만 전념하는 공간이 아니다. 우리는 예술, 문화, 이벤트,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복잡한 문화 기계’로 거듭나는 복합적인 건물을 짓고 싶었다”라고 밝혔다.지난 5월, 가디언 아트 센터는 세계 최초의 맞춤형 아트 경매장으로 문을 열었다. 이 거대한 건축물은 중국 아트와 앤티크 작품 위주의 갤러리, 아트 작품 수장고, 호텔, 이벤트 공간, 대중교통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시설을 수용한다. 독특한 전통 안마당으로 유명한 베이징 주택들이 가득한 마을에 자리 잡고 있으며, 빽빽하게 늘어선 주변 주택의 규모에 맞게 작은 블록으로 이뤄져 있다. 가디언 아트 센터는 건물의 상부와 하부가 서로 다른 지층이 쌓인 듯 이질적인 모습에, 하부가 상부를 떠받치듯 떠 있는 구조가 눈길을 끈다. 전체 윤곽을 형성하는 커다란 플로팅 링 디자인은 역사와 현대성 사이의 끊임없는 긴장을 어떻게 하나로 묶을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했다. 그런 의미에서 가디언 아트 센터는 역사적 도시 베이징에서 일종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플로팅 링은 일련의 축적된 지층처럼 현대 도시의 문화적 기반 위에 새로운 층을 띄운다.

2015년 초 베이징에 본사를 둔 스헤렌은 가디언 아트 센터의 설계를 처음 공개했다. 회색 현무암으로 이뤄진 하부 벽은 원형의 빛나는 구멍 장식이 특징인데, 중국 원나라 시대 화가 황공망이 그린 역사적인 추상 풍경화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건물의 상부는 스헤렌이 ‘부유하는 벽돌’이라고 묘사한 반투명 유리 패널 그리드로 덮여 있다. 조금 내향적인 느낌이 드는 건축은 내부에 들어가야만 모든 웅장함이 펼쳐지는 베이징의 도시적 성격을 보여주기도 한다. 건물 내부는 외관과 마찬가지로 직소 퍼즐처럼 이뤄져 있다. 중심에는 약 5600㎡ 면적의 갤러리 공간이 있는데 전시, 경매 및 기타 이벤트에 사용할 이동형 파티션 시스템과 적응형 천장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공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기존에 볼 수 있었던 전통적인 형태의 대형 경매장 두 곳과 소규모 전시가 열릴 경매장도 마련되어 있으며 수장고는 지하실에, 호텔은 플로팅 링에 위치한다. 위층으로 이어지는 복도에는 식당, 사무실, 서점 등 부대시설이 있다. 복잡한 조각이 조각보처럼 이어진 가디언 아트 센터가 중국 미술 시장에 새로운 문화적 토양을 쌓을 것인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add WangFu Jing Da Jie, WangFuJing, Dongcheng Qu, BeijingShi, China
tel 86-10-5900-1989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 TATE ST IVES

지난 7월 5일,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는 런던 빅토리아 & 앨버트 뮤지엄(V&A)에서 열린 올해의 아트 펀드 뮤지엄(AFM) 시상식에서 ‘가장 아름다운 뮤지엄’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 건축가 제이미 포버트가 25년 된 본관과 이어지도록 증축한 별관이 문을 열면서 외양이 달라진 미술관이다.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는 아일랜드가 바라보이는 브리스톨해를 마주하고 포스모어 해안 옆에 들어서 있다. AFM의 평가 위원장이자 아트 펀드 디렉터인 스티븐 듀샤는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를 “심각하게 지적이고 숨 쉴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라고 평했고, 예술가 멜라니 맨숏은 “열정과 의식이 깃든 장소”라고 말했다.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가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또 있다.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의 건물 확장을 계획하던 초기 단계에 지역 주민이 반대하는 사태가 일어났으나 제이미 포버트가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논의한 끝에 기존 계획을 변경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는 건물 확장을 계획하면서 지역 주민이 더욱 심도 있게 예술과 연결되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특히 미술관이 시골 해안가에 위치한 점을 인지하고 접근했다. 그 결과 본관 뒤편에 있는 화강암 절벽을 이용해 새 건물의 중심을 이루는 전시관을 설계하고, 그 위에 고요한 정원을 배치했다. 또한 대서양 쪽의 시야를 가리지 않으면서 인근에 자리한 공동묘지의 분위기를 방해하지 않도록 했다.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는 1993년 콘월주의 아름다운 코르니슈 해안선 위쪽, 작고 역사적인 세인트 아이브스 마을에 처음 문을 열었다. 알프레드 월리스, 벤 니콜슨, 바버라 헵워스 등 이 마을에서 살며 활동한 예술가 20명의 작품을 기념하기 위해 개관한 작고 소담한 미술관은 2017년 10월 완료된 대규모 레노베이션과 증축으로 두 배가량 몸집을 불렸다. 절벽 깊은 곳에 가라앉은 듯 자리한 새 갤러리는 지붕을 통해 쏟아지는 강한 자연광의 혜택을 한껏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덕분에 1세기 전 이곳에 많은 예술가를 끌어들인 세인트 아이브스의 아름다운 빛이 은은히 퍼진다. 지붕은 전체적으로 해안가의 거칠고 무던한 감성을 대변하는 듯한 구조이고, 건물 외관은 세인트 아이브스의 고유한 건축 양식 및 해안선의 자연적인 형태와 멋진 조화를 이룬다. 프로일 타일스가 수작업으로 만든 세라믹 타일 옷을 입은 건물은 버나드 리치 등 세인트 아이브스 출신의 대표적인 도자 예술가를 상기시킨다. 건물에 사용된 진흙은 옅은 모래와 바다의 색처럼 노랗고 푸른 초록빛으로 반짝이며 끊임없이 변하는 코르니슈 날씨를 고스란히 나타낸다. 건물 내부에 있는 여섯 개의 소규모 갤러리는 전시물을 다양하게 배치하고 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는 현대 조각가 레베카 워렌의 개인전 ‘천국이 허락하는 모든 것’으로 새로운 전시의 막을 올렸다.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는 지역 공동체와 그들의 고향을 일궈온 예술가의 역사이자 앞으로 100년 동안 세인트 아이브스에 뿌리를 내린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기록될 것이다.” 테이트 미술관의 총괄 관장 마리아 발쇼가 V&A에서 밝힌 수상 소감처럼, 이곳은 독보적인 갤러리의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사회와 예술을 진정으로 연결하고 새로운 예술가를 세인트 아이브스로 끌어들일 프로젝트를 발굴하며 국내외 예술가의 지속적 대화를 이끌어갈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겠다. 


add TateStIves, PorthmeorBeachStIves, CornwallTR26 1TG
tel 44-(0)1736-796-226

 

올해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뮤지엄’으로 꼽힌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와 해안가의 고즈넉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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