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me

부산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플레이스

걷기는 별로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부산을 걷는 것은 조금 특별하다. 저 멀리 부산항이 내다보이는 산복도로부터 하얀 집이 옹기종기 붙어 앉은 흰여울길, 그리고 기장의 조용한 바다를 품은 힐튼 부산과 망미동 주택가에 자리 잡은 F1963까지, 표정이 다양한 부산을 걷다 보면 어느새 영혼에 쌓인 먼지가 툭툭 쓸려 나간다. 어쩐지 홀가분한 하루다.
Reading time 48 seconds

부산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어찌 보면 바다가 아니라 산복도로의 허름한 달동네에서 흘러나온다. 사는 사람에겐 그냥 부박한 생활 전선일 뿐이지만 보는 사람에겐 너무나도 그림 같은, 가파른 언덕을 따라 촘촘히 형성돼 있는 산등성이 마을. 그곳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은 아무것도 없는 밋밋한 바다가 아니라서 더욱 매혹적이다.

부산은 단 하나의 단어로 결코 정의 내리기 어려운 복잡 미묘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함부로 규정할 수 없어 매력적이고, 다 벗겨낼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 묘하게 자극 적이다.

웨이브온


해운대 너머에도 보물 같은 바다는 널려 있다. 서핑 명소로 유명한 송정 바다와 멸치회로 유명한 대변항, 전복죽 마을로 이름을 날린 연화리까지. ‘웨이브온’은 그 모든 부산의 핫한 바다를 넘어선 곳에 들어서 있다. 부산을 자주 찾는 사람도 이름을 거의 들어보지 못했을 법한 임랑 바닷가.
커피를 들고 바다 쪽 데크로 나가면 가장 먼저 ‘빈백 체어’가 눈에 띈다. 임랑 바다를 향해 눕듯이 기대앉은 연인의 모습은 그 자체로 바다와 완벽한 시퀀스를 이룬다. 건물 내부를 지나 루프톱으로 올라가면 층층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숨어 있기 좋은 곳부터 널브러지기 좋은 곳까지. 이 모든 공간의 공통점은 매혹적인 바다를 품고 있다는 것. 이름처럼 파도 위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add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해맞이로 286
tel 051-727-1660

포트 1902


송정 해변 끝자락에 닿을 때까지 아무도 거기서 만나게 될 풍경을 쉽게 짐작하지 못한다. 그냥 바다만 덩그러니 있을것 같은 한적한 구덕포의 끝. 막상 열린 대문 사이로 걸어 들어가면 그곳은 완벽한 휴양지 한가운데다. ‘포트 1902’의 수영장은 장식이 아니라 진짜 즐기고 노는 공간이다.
여름이 되면 서핑족이 몰려나와 이곳 수영장에서 자유롭게 물놀이를 즐긴다. 카페 안 풍경도 색다르다. 천장에는 클럽 에나 있을 법한 조명등이 번쩍거리는데 또 한쪽은 갤러리처럼 크고 멋진 예술 조각으로 꾸며져 있다. 동남아 리조트를 닮은 풍경 때문인지 칵테일 맛이 유난히 달콤하다.


add 부산시 해운대구 송정구덕포길 170-5
tel 1899-6837

힐튼 부산


힐튼 부산은 그냥 지나가는 여행지가 아니다. 잠시 머물다 가는 여느 숙박 시설과도 완벽하게 구분된다. 이곳은 그 자체로 여행의 목적지다. 부산을 여행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게 아니라 이곳을 여행하기 위해 부산에 가야 한다는 표현이 훨씬 정확하다. 힐튼 부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영혼의 휴식’. 
어찌 보면 힐튼 부산은 거대한 한 권의 책 같다. 맥퀸즈 라운지 로비, 호텔 곳곳의 여백 공간, 심지어 조식 뷔페를 즐기는 ‘다모임’ 한편에도 언제든 손쉽게 빼서 볼 수 있는 책이 빼곡하다. 힐튼 부산을 다른 호텔과 구분하는 공간인 아난티 타운 중심에도 ‘이터널 저니(영원한 여행)’라는 이름의 멋진 여행 전문 서점이 있다. 500평 넘는 공간을 채운 책들은 전시 방식이 조금 독특하다. 일반 서점처럼 출판사별, 장르별로 무뚝뚝하게 꽂혀 있는 게 아니라 각각의 콘셉트에 맞게 큐레이팅된 책이 다정하게 자기만의 이야기를 건넨다. 서점 입구에 적혀 있는 ‘Soul Clinic(영혼의 치료소)’이라는 문구는 힐튼 부산의 정체성을 알려주는 가장 정확한 표현 이다.


add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268-32
tel 051-509-1111

와일드 웨이브 브루어리


송정 바닷가가 아니라 주택가 사이에 자리 잡은 브루어리다. 겉모습은 그리 특별하지 않지만 맥주 맛만큼은 어느 수제 맥주보다 특별하다. ‘와일드 웨이브 브루어리’의 대표 맥주는 신맛이 강하게 묻어나는 사우어 맥주 ‘설레임’. 와인인지 맥주인지 모를 시큼한 향을 지닌 설레임은 첫 맛이 너무 강렬해서 한 모금을 삼키는 순간 참았던 숨이 터져 나온다. 이게 맥주가 맞나 싶어 몇 모금 홀짝거리다 보면 새콤한 그맛에 흠뻑 중독된다. 송정을 기반으로 한 브루어리답게 ‘서핑 하이’라는 이름의 가볍고 경쾌한 맥주를 내기도 하고, 과일향 강한 IPA 맥주를 내기도 한다. 야외에서 직접 구워주는 바비큐와 다양한 크래프트 비어를 즐기다 보면 이곳이 송정 주택가가 아니라 서핑을 즐기고 있는 파도 위가 아닌지 조금 아리송해진다.


add 부산시 해운대구 송정중앙로5번길 106-1
tel 051-702-0839

브라운핸즈 백제
부산역 근처에는 지은 지 얼추 100년이 다 되어가는 오래된 건물이 있다. 1922년에 지은 이 건물은 원래 부산 최초의 근대식 종합병원인 백제병원 건물로 사용됐다. 한때 병원이었던 이곳은 한국 현대사의 질곡과 함께 다양한 부침을 겪었다. ‘봉래각’이라는 이름의 중국 음식점을 거쳐 일본 부대 장교 숙소, 중화민국 영사관과 임시대사관, 예식장 등으로 변화한 사연 많은 이 건물은 지금 ‘브라운핸즈 백제’ 카페로 변신해 있다. 붉은 벽돌로 마감된 모더니즘 양식의 건물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낯선 시간 속으로 빨려든 것 같은 독특한 느낌을 전해준다. 그 옛날의 백제병원에서 커피 한 잔을 음미한다면 바로 이런 기분이 아닐까. 시간의 향기가 더해진 커피 맛은 더 깊고 향이 진하다.


add 부산시 동구 중앙대로209번길 16
tel 051-464-0332

related posts

Recommended posts for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