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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쌀수록 잘 팔리는 것들

‘가치’라는 씨앗에서 피어난 ‘값’이라는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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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시장에서 소비를 권장하는 마케팅 방식 중에는 ‘아이러니하지만 성공률이 높은’ 것이 있다. 바로 가격이 비싸야 잘 팔린다는 점을 활용한 마케팅이다. 소비자의 입장 에서는 가격이 꼭 품질에 비례하지 않는다 해도 조금 더 투자해 품질은 물론 심리적 만족감까지 얻는 쪽이 낫다고 판단하는 점을 노린 것이리라.

이러한 소비 심리는 럭셔리 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오타쿠적 기질을 건드리는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마케팅 방식은 가격이 아닌 브랜드 가치를 앞세우며 럭셔리 소비의 타당한 명목과 이유를 제시한다. 그들의 명확한 논리에 무장 해제된 소비자는 결국 스스로와 타협하며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제품이 아닌 쪽에 더욱 손쉽게 지갑을 열게 된다.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생각과 함께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열풍 역시 이 같은 태도를 증명하는 좋은 예시다. 전반적인 사회 흐름의 변화 속에서 럭셔리 산업 또한 빠르게 전진하고 있다. 과거에 럭셔리가 허세로 치부되며 대중의 시선을 의식 했다면, 이제는 브랜드의 이념을 내세우며 다양한 측면에서 당당히 소리를 내고 있다.

로로 피아나는 뛰어난 수준의 소재를 통해 럭셔리를 말하며 소비를 자극한다.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를 떠올릴 때 소재는 그리 주된 요소가 아닌 것이 사실이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고르고 가격을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인 예. 그렇지만 결국 계속 입고 손이 가게 만드는 것은 제일 먼저 느껴지는 소재의 촉감이다. 요즘은 SPA 브랜드조차 캐시미어 제품을 가장 비싼 제품군으로 분류해 판매하고 있으니 소재가 가격 책정에서 얼마나 큰비중을 지니는지 알 수 있다. 로로 피아나가 사용하는 대표 적인 럭셔리 소재로는 비쿠냐, 더 기프트 오브 킹스, 베이비 캐시미어를 꼽을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진귀한 소재로 꼽히는 비쿠냐 섬유는 남아메리카 안데스산맥 고지대에 서식하는 야생 라마인 비쿠냐의 털을 이용해 만든다. 비쿠 냐는 최고급 섬유를 원하는 인간의 욕망으로 멸종 위기에 처했지만, 로로피아나는 직접 ‘닥터 프랑코 로로 피아나’라는 사유 자연보호구역을 설립하고 열정을 다해 지켜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만큼 로로 피아나는 합법적으로 비쿠냐의 독점권을 따냈고, 오늘날 유일하게 비쿠냐 섬유를 가공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비쿠냐 제품은 브랜드의 상징이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로 자리 잡았다. 베이비 캐시미어 또한 보편화된 캐시미어 시장에서 더욱 높은 가치를 지닌다. 동물에게 어떠한 해도 입히지 않고 오로지 빗질로만 소량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로로 피아나가 추구하는 럭셔리의 가치에 부합하며 큰 힘을 보탠 다. 로로 피아나의 이러한 방침과 행동은 소재 면에서 로로 피아나를 최상의 브랜드로 인식하게 만든다. 인생에서 단하나의 캐시미어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로로 피아나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럭셔리 브랜드가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것은 단순히 패션 아이템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루이 비통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스마트 워치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시장은 IT 업계의 첨단 기술이 난무하는 곳이니만큼 패션 브랜드가 만드는 스마트 워치의 기능은 다소 경쟁력이 떨어졌다. 그렇 지만 루이 비통은 IT 브랜드가 아니다. 스마트 워치 또한 결국 하나의 액세서리가 아니던가. 루이 비통은 스마트 워치의 패션적 측면에 화살 끝을 겨눴다. 멀리서 보아도 루이 비통임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가죽 스트랩에 특유의 모노 그램 로고를 가득 채우고, 후면 글라스는 사파이어로 제작해 심미적인 면에서 만족도를 높였다. 소비자가 단순한 스마트 워치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루이 비통 스마트 워치’ 를 소유한다는 더욱 큰 의미를 선사한 것이다. 그 결과 루이 비통 스마트 워치는 기존 스마트 워치 평균 가격의 열 배나 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냈다.

지금 당장은 스마트 워치의 기능적 요소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머지않아 많은 사람의 손목에 일반 시계 대신 스마트 워치가 자리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게다가 스마트 워치의 기능이 평준화된다면 좀 더 예쁘고 아름다운 제품이 승자가 된다는 사실을 루이 비통은 알고 있다. 그 순간이 오면 럭셔리 패션의 주 소비층은 어떤 선택을 할까? 옷장 속 루이 비통의 재킷과 완벽하게 호흡하는 땅부르 호라이즌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비행 스케줄을 관리하는 ‘마이 플라이트’ 기능과 세계 7대 도시의 숨겨진 명소를 소개하는 ‘LV 시티가이드’ 기능 또한 다른 스마트 워치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매력 요소다. 여행 가방에서 시작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스마트 워치에서도 자연스레 이어지고 있다.

에르메스 역시 럭셔리 산업에서 빠질 수 없는 브랜드다. 브랜드의 대표 아이템인 버킨백은 해마다 최고 판매가를 경신하며 위상을 높이고 있다. 특히 “내가 가방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가방이 나를 선택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희소성이 높다. 한 명의 장인이 꼬박 이틀에 걸쳐 하나의 가방을 완성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두고 기다려야만 가방을 소유할 수 있다. 이렇듯 희소성에 대한 심리적 자극을 적용하고 특별한 소재와 장식까지 더하면 매년 신기록을 달성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에르메스의 테이블 웨어도 소비자의 럭셔리 소비 심리가 투영되는 아이템. 특별한 날에 특별한 식탁을 원하는 사람은 자신의 정성을 빛내줄 훌륭한 파트너로 에르메스 식기를 선택한다. 식기의 바닥 밑면에 로고가 새겨져 있어 전혀 보이지 않는데도 말이다.

럭셔리 브랜드는 특별한 소재로, 또는 브랜드 그 자체로 자신들의 가치를 말한다. 영수증을 분석하는 누군가는 “스튜핏”을 외치며 언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소비란 결국 나자신을 위한 것이다. 좋은 소비에서 오는 행복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안겨준다. 무조건 비싼 것에 대한 추종과 맹신은 문제겠지만, 소재나 기술 혹은 장인 정신 등 타당한 이유를 바탕으로 한 높은 가격은 분명 그 가치를 다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그것을 명품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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