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me

브랜드 PR 전쟁 2막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
Reading time 18 seconds

바야흐로 PR의 시대. 그 어느 때보다 스스로의 존재감이 빛을 발하는 세상이다. 자신을 활발히 알리는 것이 곧 타인과의 유대감 형성으로 이어지고, 머지않아 소통의 성패를 좌우한다.

패션 분야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시각적 요소로 통치되는 패션 업계 또한 성공적인 PR을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시즌 트렌드를 장악했던 로고 플레이는 영리한 한 방이었다. 굳이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거나 참신한 실루엣을 찍어내는 수고 없이도 본연의 로고 하나만 있으면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 게다가 사람들이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것 자체가 브랜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냈다. 마치 걸어 다니는 입간판과 같은 맥락인 것. 이는 곧바로 매출과 이어졌고, 브랜드와 디자이너에게 인기의 맛을 안겨주었다.

 

그렇다면 2018년 봄/여름 시즌은 어떨까? 언제나 새로움을 추구하는 브랜드들은 지난 시즌 쏠쏠한 재미를 가져다준 로고 플레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수수께끼 같은 암호를 던지거나 안감에 숨겨두 었던 패턴을 대담하게 선보였다. 은밀하게 혹은 위대하게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시 한 번 말을 걸었다.

2막이 시작된 PR 전쟁에서 지금 눈에 띄는 브랜드가 있다. 먼저 여성용 가방에서나 볼 수 있었던 패턴을 활용한 스타일을 선보인 경우다. 클래식 무드의 대명사로 통하던 버버리는 브랜드의 상징으로 내세우던 체크 패턴을 과감하게 활용했다. 흔히 재킷의 안감에 있던 체크를 밖으로 끄집어낸 것. 더구나 이를 의류뿐만 아니라 모자, 가방, 스카프 등 다양한 액세서리에도 접목했다. 이러한 행보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은 물론 새로운 연령층과의 소통으로도 이어졌다. 학업 스트레스를 초 단위로 읊어내는 10대 래퍼 지망생부터 플랫 슈즈를 앙증맞게 신은 소녀까지, 너나 할 것 없이 버버리의 체크 모자를 뒤집어썼다. 이유는 간단하 다. 젊은 세대의 경우 패션이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이라면, 브랜드의 개성으로 무장한 아이템은 훌륭한 표현 도구가 된다. 오프화이트의 하이톱 스니커즈와 버버 리의 체크 패턴 트렌치코트를 동일한 위시 리스트 폴더에 담는 그들이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아래 슬라이드를 넘겨보라

펜디 또한 알파벳 ‘F’를 형상화한 브랜드 로고를 패턴화해 컬렉션 전반에 녹여냈다. 베이식 아이템으로 여겨지던 싱글 코트와 블레이저에 유일무 이한 펜디만의 패턴을 빼곡히 채워 화려함을 살렸다. 나아가 타이와 서스펜더 같은 남성용 액세서리에도 로고를 응용해 룩의 포인트 역할을 하는 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로고 패턴 스타일은 특히 이번 시즌 트렌드로 떠오른 오간자 소재와 만나면서 더욱 시너지를 발휘한다. 자칫하면 부담스러울 수 있는 빼곡한 로고 패턴은 시스루 스타일로 연출되는 오간자 소재와 만나면서 무게감이 옅어진다. 아우터 안에 입은 화이트 셔츠 위로 은하수처럼 무수한 로고가 쏟아지면 어떤 디테 일보다 선명한 이미지를 남긴다.

 

이와 반대로, 전에 없던 제스처를 취하며 호기심을 자극한 브랜드도 있다. 런웨이에 모습이 공개된 직후 SNS 해시태그를 장악하며 화제를 모은 ‘VLTN’이 대표적인 예. 절로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 단어의 뜻은 예상했을 수도 있겠지만, ‘발렌티노’다. 브랜드 네임에서 따온 이니셜 약자인 VLTN은 익숙한 로고에 새 옷을 입힌 격이다. 마치 브랜드의 새로운 라인이 론칭한 것처럼, 발렌티노가 기존에 지니고 있던 우아한 분위기를 한층 젊어진 감각으로 변신시킨 것이다. 쿠튀르적 테크닉에 스포티즘이 결합된 발렌티노의 2018년 봄/여름 컬렉션은 새롭게 탄생된 이니셜 로고를 통해 어느 때보다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한다.

이쯤 되면 정말 알다가도 모를 것이 패션이다. 우리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브랜드 로고가 전면에 새겨진 옷은 촌스러움의 상징이라고 입을 모았다. ‘무심한듯 시크하게’라는 출처 불명의 지침에 선동돼 무지를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패션은 그 시대를 증명하고 기록하는 또 하나의 역사가다. 지금의 사회가 개성을 표현 하는 것에 익숙해진 만큼 패션 역시 새로운 시대에 발맞춰나간다. 그것은 이름이될 수도, 패턴이 될 수도, 실루엣이 될 수도 있다. 방법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그저 받아주기만 하면 된다. 새로운 계절과 함께 찾아와 자신의 존재를 알아봐주길 바라는 그들의 인사를.

아래 슬라이드를 넘겨보라

related posts

Recommended posts for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