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멤피스의 순간의 장면들을 포착한 사진 첩, 1950년대 영국의 스트릿 사진과 자연을 담은 동화같은 이미지 등 무한한 영감을 선사하는 아트북 추천서

&lt;Inner&gt; Vincent Ferran&eacute; 프랑스 포토그래퍼 뱅상 페라네는 팬데믹으로 도시가 봉쇄된 기간, 집 안에서 자신의 파트너와 함께 &lsquo;친숙함&rsquo;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실험했다. 제3자는 들여다볼 수 없는 관계의 이면, 몸 안쪽까지 닿는 내면의 빛, 몸짓과 시선의 내밀한 순간, 공간의 내부, 숨겨진 안쪽 등 직간접적으로 모든 내면성과 친밀함을 자연스러운 스냅샷으로 보여준다. &lt;INNER&gt;의 이미지에서는 관능적이면서 동시에 순수한 시선이 느껴진다. 가장 가까운 관계를 이루는 요소, 함께 있기에 누릴 수 있는 욕망과 기쁨이 얇은 책 안에 숨어 있다.

&lt;Vari Caram&eacute;s 1980-2021&gt; Vari Caram&eacute;s &lsquo;어떤 것, 아무것도 아닌 것, 항상(Algo, Nada, Siempre)&rsquo;이라는 열린 개념을 중심으로 작업하는 스페인 사진작가 바리 카라메스. 독학으로 사진을 배운 그는 1980년대 이후 대부분의 작품에 자신의 일상, 기억, 감정, 시선을 담고자 했다. 작년 2월 마드리드에서 열린 전시와 함께 출간한 이 책은 초상, 정물, 풍경, 거리 등 그가 천착해온 여러 주제 중에서 가장 상징적인 이미지를 추린 책이다. 흐릿하고 모호하며, 추상적인 신비를 품은 채 서로 다른 해석을 환영하는 카라메스의 사진은 마치 몽상을 시각화한 것 같다.

&lt;Happy Springs&gt; Patrick Bienert 독일 사진가 파트리크 비네르트는 유스 컬처, 정체성을 중심으로 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고 있다. 그의 세 번째 책 &lt;HAPPY SPRINGS&gt;는 2015년부터 2020년 사이에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보낸 봄과 여름을 추억한다. 비네르트는 우크라이나 전역을 가로질러 흑해로 흐르는 드니프로강을 따라 여행하며 아름다운 풍경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전쟁의 비극이 이들을 망가뜨리기 전, 온화한 날씨를 만끽하는 청춘의 모습은 그저 따스하고 자연스럽다. &lsquo;행복&rsquo;을 의미하는 우크라이나 남쪽 온천 마을에서 책의 제목을 따왔다고.

&lt;Dr Lisa Cooper&gt; Lisa Cooper 철학 박사가 꽃으로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은 비정형적으로 풍요롭고 시적이면서 대범하다. 리사 쿠퍼는 호주 시드니를 기반으로 개성 넘치는 작업을 선보이는 미술 철학 박사 출신의 플로리스트이자 예술가다. 작가는 닥터 쿠퍼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lsquo;꽃은 하나의 조각&rsquo;이라는 비전을 토대로 완전한 구조와 완결성을 갖춘 오브제로서의 결과물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lt;DR LISA COOPER&gt;는 파리의 전설적 편집매장이었던 콜레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라 안델만이 설립한 출판사 저스트 언 아이디어(Just An Idea)가 소개하는 시리즈 중 한 권으로 다른 책들과 함께 놓으면 더욱 멋지다.

&lt;Teddy Girls&gt; Ken Russell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작품으로 유명한 영국의 영화감독 켄 러셀. 그는 자신의 사진을 &lsquo;정지 상태의 영화&rsquo;라고 불렀다. &lt;TEDDY GIRLS&gt;는 지난 50년간 공개된 적 없는 러셀의 거리 사진을 한 권에 모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테디 보이와 테디 걸은 에드워드 7세가 재위하던 시절 로맨틱한 복장에 자유로움을 더한 스타일로 세상을 놀라게 한 당대의 반항아였다. 이 책은 복고풍 재킷, 스카프, 접어 올린 청바지 등 테디 걸의 흥미로운 스타일뿐 아니라 1950년대 런던의 거리 풍경 또한 분명하게 보여준다.

&lt;Tuttifiori.Rar&gt; Sunnei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써네이가 펴낸 최초의 북 컬렉션. 이탈리아 남부에서 생장하는 수많은 식물종이 694장의 사진 속에 생생하게 담겨 있다. 브랜드의 공동 창립자인 시모네 리초(Simone Rizzo)의 아버지 마리오 리초(Mario Rizzo)가 직접 사진을 찍었으며 꽃과 식물에 대한 무한한 애정, 순수한 즐거움으로 꾸준히 진행해온 프로젝트를 책에 담았다. 각각의 책은 &lsquo;무스카리 코모숨&rsquo;, &lsquo;스카비오사 시네레아&rsquo;, &lsquo;아쿠바 자포니카&rsquo;, &lsquo;폴시디아 서스펜사&rsquo; 네 종의 이름으로 구성했고 각 권에는 A1 사이즈 포스터가 포함되어 있다.

&lt;Und Im Sommer Tu Ich Malen&gt; Hank Schmidt in der Beek &amp; Fabian Schubert &lsquo;그리고 여름에 나는 그림을 그린다&rsquo;는 뜻의 제목이 붙은 이 책은 흥미로운 협업의 결과물이다. 독일 아티스트 한크 슈미트 인 데어 베크는 유럽을 여행하며 자신이 입고 있는 티셔츠나 스웨터의 패턴을 캔버스에 옮겼다. 그림을 그린 위치는 일명 외광파, 즉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며 자연 광선이 빚어내는 회화적 효과를 표현하고자 했던 지난 세기의 유명 화가들이 즐겨 찾던 장소다. 눈앞의 풍경 대신 옷의 패턴을 그리는 예술가를 사진가 파비안 슈베르트가 사진으로 기록했다. 경쾌한 빨간 체크 표지를 열면 기대를 비트는 재치 있는 이미지가 가득하다. Published by Edition Taube.

©Edition Taube/Hank Schmidt in der Beek/Fabian Schuber.

&lt;The Outlands: Selected Works&gt; William Eggleston 미국 컬러 사진의 대가 윌리엄 이글스턴이 1969년부터 1974년까지 촬영한 사진을 세 권의 책으로 펴냈다. 1976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에 출품한 작품 외에 상당수가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는 이미지다. 이글스턴은 자신의 고향인 멤피스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을 관찰하며 미국 남부의 삶을 진솔하고 담백하게 포착했다. 풍부한 색채와 솔직한 시선으로 보여주는 간판, 도로, 자동차, 주유소, 들판 등 평범한 이미지 안에 이미 사라지기 시작한 세계의 노스탤지어가 영원히 박제되어 있다.

©2021 Eggleston Artistic Trust, Book published by Steidl 2021

&lt;Tears And Tearsheets&gt; Katie Grand 유럽 패션계가 사랑하는 포토그래퍼 할리 위어가 촬영한 벨라 하디드의 관능적인 포즈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lt;TEARS AND TEARSHEETS&gt;는 &lt;러브(Love)&gt;&lt;러브(Love)&gt;, &lt;퍼펙트 (Perfect)&gt;&lt;퍼펙트(Perfect)&gt; 매거진의 설립자인 영국의 패션 스타일리스트 겸 에디터 케이티 그랜드의 첫 번째 책이다. &lsquo;Tearsheet&rsquo;라는 단어는 잡지나 신문에서 뜯겨 나간 페이지를 뜻하는데, 활자 매체를 만드는 이들의 피, 땀, 눈물(Tear)과 조화로운 운율을 이룬다. 패션과 문화의 최전선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답게 그랜드의 비주얼 아카이브는 사진, 스타일, 모델, 주제 등 많은 면에서 예리한 창의력을 보여준다.

&lt;Graffiti&gt; Antonio M. Xoubanova 스페인 사진가 안토니오 소우바노바는 도시를 구성하는 시각적 요소에 관심이 크다. 4년을 공들여 작업한 &lt;GRAFFITI&gt;는 일종의 벽 위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를 열렬히 주장한다는 면에서 1970년대의 그라피티 문화와 현재 소셜 미디어에서 벌어지는 일 사이의 접점을 찾는다. 다양한 주제와 이미지를 결합한 이 책에 엄밀한 의미의 표지는 없다. 페이지 구성도 일정하지 않고, 전통적인 제본 방식을 따르지 않으며 기존의 출판물이 지켜온 규칙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이 또한 그라피티라는 장르 특유의 자유로운 정체성을 반영한 은유다.

editor Lee Ga Jin

이 계절을 위한 영감을 선사하는 아트북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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