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의 햇살 아래서 서핑과 쇼핑만을 즐기는 것으론 절대 충분치 않다.

BLUM &amp; POE
로스앤젤레스와 샌타모니카 사이에 위치한 컬버시티는 유수의 영화사, 영화감독들이 터를 잡은 전통적인 시네 타운이었다. 한동안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혔던 컬버시티는 최근 미술관, 갤러리, 디자인 숍, 레스토랑 등이 모여들며 새로운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이른바 &lsquo;컬버시티 아트 디스트릭트&rsquo;를 조성한 주역은 바로 블럼 &amp; 포 갤러리. 2003년 컬버시티의 창고 건물을 개조해 마련한 블럼 &amp; 포의 새로운 공간은 규모에서 조경, 채광까지 미국 서부 특유의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1994년 9월 팀 블럼(Tim Blum)과 제프 포(Jeff Poe)는 샌타모니카에 두 사람의 이름을 딴 갤러리를 설립했다. 일본 미술에 해박한 블럼과 로스앤젤레스 아트 신에서 떠오르는 예술가들을 알아보는 안목을 지녔던 포는 함께 뜻을 모아 지역 아티스트뿐 아니라 전 세계의 신진 및 중견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꾸렸다. 미국 미술계에 한국의 단색화와 일본의 모노하를 발 빠르게 소개했으며 최근에는 브라질의 모더니즘에 주목한 전시를 열기도 했다. 현재 블럼 &amp; 포는 이우환, 하종현, 요시토모 나라, 토니 루이스 등 국적과 세대를 아우르는 51명의 아티스트를 대표한다. 
최근 수많은 갤러리가 로스앤젤레스에 지점을 내거나 확장 혹은 신규 개관을 계획하고 있다. 아트 페어인 프리즈 로스앤젤레스 역시 두 번째 행사를 성공리에 마쳤다. 블럼 &amp; 포의 공동 대표인 블럼에게 약 30년째 이 도시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기류 변화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ldquo;글로벌 차원에서 예술계는 지난 30년 동안 극적으로 확장되고 변화했는데 로스앤젤레스도 다르지 않다. 로스앤젤레스는 세계의 축소판으로 컬렉팅, 미술 기관, 갤러리, 미술관 활동, 아티스트의 이동 등 모든 면에서 무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30년 동안, 특히 지난 5년 동안 엄청나게 성장했다&rdquo;고 답 했다. 블럼의 말처럼 당분간은 로스앤젤레스의 아트 열기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add 2727 South La Cienega Boulevard, Los Angeles

HAUSER &amp; WIRTH
하우저 &amp; 워스 로스앤젤레스의 파트너이자 이그제큐티브 디렉터인 스테이슨 베르그(Stacen Berg)는 로스앤젤레스가 최고의 예술 학교, 미술관, 갤러리, 관련 기관을 보유한 글로벌 아트 수도라고 자부한다. &ldquo;다양한 세대의 아티스트들이 중심이 된 긴밀한 공동체의 본거지로 전 세계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강력하고 독특한 네트워크를 창조했다&rdquo;는 부연 설명도 잊지 않는다. 이러한 자신감은 하우저 &amp; 워스가 대표하는 로스앤젤레스 출신 아티스트들의 면면만 봐도 쉽게 수긍할 수 있다. 래리 벨, 마크 브래드퍼드, 폴 매카시, 헨리 테일러, 다이애나 세이터, 마이크 켈리 등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아티스트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설립된 하우저 &amp; 워스는 지난 30여 년간 뉴욕, 런던, 모나코, 홍콩 등 전 세계로 영역을 확장해 약 스무 곳의 지점을 운영하며 국제적인 메가 갤러리의 명성을 공고히 하고 있다. 2016년 3월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 옛 밀가루 제분소인 글로브 밀스 콤플렉스를 대대적으로 재개발해 흥미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한데 이어 지난 2월에는 웨스트 할리우드에 두 번째 갤러리를 열었다. 개관전의 주인공은 스타 화가 조지 콘도가 맡았다. 웨스트 할리우드 중심부에 위치한 새 갤러리 건물은 1930년대 할리우드 황금기에 유행했던 스페인 식민지시대 스타일의 외관을 살리고 내부를 개조했다. 샌타모니카 대로의 트렌디한 바, 공연장, 카페, 레스토랑 사이에서도 단연 개성이 도드라진다. 이처럼 하우저 &amp; 워스는 갤러리 공간을 마련할 때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건물을 복원하고 주변 지역사회의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노력한다. 예술과 지역 고유의 문화를 연결해 신선한 활기를 더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전시 외에도 공공 프로그램, 라이브 이벤트, 출판 등 다양한 기획으로 더 많은 관람객을 갤러리로 초대하고 있다. #1 add 901 E 3rd St, Los Angeles #2 add 8980 Santa Monica Blvd, West Hollywood, Los Angele

DAVID KORDANSKY GALLERY
2003년 스물넷의 나이에 자신의 이름을 딴 갤러리를 연 데이비드 코단스키. 그는 로스앤젤레스 아트 신의 규모를 본격적으로 키우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한 인물이다. 차이나타운 인근에서 시작한 첫 공간은 이전과 확장을 거쳐 현재 위치에 자리 잡았다. 무술 스튜디오, 빈티지 자동차 판매점 등 다채로운 역사가 깃든 건물은 2014년 비범한 갤러리로 변신했다. 
거물로 빠르게 성장한 코단스키는 초창기부터 오직 자신의 직감과 안목을 믿었다. 그는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을 주목하고 발굴했다. 그 중에서도 패턴과 색채가 돋보이는 경쾌한 구성 회화로 미술 시장의 인기 스타가 된 조나스 우드, 미국적 추상회화의 깊이를 보여주는 메리 웨더퍼드가 대표적이다. 코단스키를 흥분시킨 작가들은 예외 없이 유수의 비엔날레,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미술관과 갤러리 전시에 소개되었다. 눈여겨봐야 할 전방위 예술가인 라시드 존슨과 로렌 할시, 저평가되어 있던 추상회화의 선구자 샘 길리언에게 명성을 돌려준 이도 바로 코단스키다. 어떤 기준으로 예술가를 찾고 전시를 기획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데이비드 코단스키 갤러리의 시니어 디렉터 커트 뮐러(Kurt Mueller)는 &ldquo;우리의 프로그램은 폭넓은 세대와 지역, 그리고 정체성을 대표하는 독특하고 개성적인 목소리의 컬렉션이라고 말할 수 있다&rdquo;고 설명한다. 특히 &ldquo;하나의 학교, 예술 사조, 매체를 특징으로 삼지 않는다. 일관된 기준이 있다면 바로 시각적 즐거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와 일하는 가장 개념적인 예술가조차 시각적 대상을 만드는 사람이다. 물질적인 탐구에 대한 강렬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rdquo;고 덧붙인다. 예술의 &lsquo;다음&rsquo;이 궁금하다면 데이비드 코단스키 갤러리를 주의 깊게 둘러보자. 그리고 그 전에 우거진 담쟁이덩굴 뒤에 숨은 출입문부터 잘 찾아보기를 권한다. add 5130 W Edgewood Pl, Los Angele

PACE
또 하나의 파워 갤러리인 페이스가 로스앤젤레스에 돌아왔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윌셔 대로에서 &lsquo;페이스 웰덴스타인&rsquo;이라는 이름으로 갤러리를 운영하다 철수한 이후 22년 만의 복귀다. 이미 뉴욕, 런던, 서울, 홍콩 등에 지점이 있음에도 한 번 떠나갔던 갤러리가 돌아오게 만든 로스앤젤레스의 매력은 무엇일까?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아티스트 그룹을 중심으로 예술 생태계가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을 꼽는다. 페이스의 매니징 파트너인 빌 그리핀(Bill Griffin)은 &ldquo;작년에 라 브레아 대로에 갤러리를 새로 연 것은 의미 있는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예술가들을 더 잘 옹호하고 멋진 로스앤젤레스 커뮤니티에 봉사하며 우리 업계를 미래로 이끌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rdquo;라고 설명한다. 2022년 4월 페이스는 서부 지역에서 탄탄한 기반을 다진 갤러리 칸예 그리핀을 인수하며 새 출발을 알렸다. 합병 이전부터 제임스 터렐의 전시를 계기로 여러 협업 프로그램을 진행한 두 갤러리는 무엇보다 1960년대 말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전개된 &lsquo;빛과 공간 운동(Light and Space Movement)&rsquo;과 관련한 작가들을 통해 교류해왔다. 영화감독이자 아티스트인 줄리안 슈나벨의 개관전 &lt;For Esm&eacute;&ndash;with Love and Squalor&gt;를 시작으로 지난 1년 동안 페이스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로버트 롱고, 카일리 매닝, 어빙 펜, 루이스 네벨슨 등의 전시를 선보였다. 회화, 사진, 조각, 영상, 설치 등 매체와 시대를 아우르는 선택이었다. 그리핀은 &ldquo;올해 버지니아 자라밀로와 브렌트 와든이 처음으로 로스앤젤레스에서 전시를 열게 되어 기대가 크다. 행크 윌리스 토머스의 신작을 비롯한 다른 전시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rdquo;라고 귀띔했다. add 1201 S La Brea Ave, Los Angeles
<span style="background-color: transparent; font-family: inherit; font-size: inherit; font-style: inherit; font-variant-ligatures: inherit; font-variant-caps: inherit; font-weight: inherit; letter-spacing: 0px;">s

VARIOUS SMALL FIRES(VSF)
할리우드에 위치한 베리어스 스몰 파이어스(이하 VSF)의 외관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온다. 새하얀 블록을 연상시키는 건물로 들어가면 익숙한 화이트 큐브가 펼쳐지고 야외로 이어지는 뒷마당에서는 조각을 비롯한 다양한 설치 작품 전시가 열린다. VSF의 주변으로 숀 캘리, 제프리 디치, 리젠 프로젝트 등 굵직한 갤러리들도 자리 잡고 있어 캘리포니아 미술 시장을 제대로 둘러보고 싶다면 반드시 체크해야 할 지역이다. 
VSF는 201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국계 미국인 에스더 김 바렛 (Esther Kim Varet) 대표가 설립했다. 로스앤젤레스를 표상하는 아티스트 에드 루샤의 아티스트 북 (1964)에서 따온 갤러리의 이름에 &ldquo;세상을 밝히는 다양한 불이 되고 싶다&rdquo;는 의미를 담았다. 그러한 초심처럼 지난 10여 년간 VSF는 크고 작은 불을 여럿 지폈다. 우선 빌리 알 벵스턴, 디드릭 브래컨즈, 제시 호머 프렌치, 신경미, 웬디 박, 알렉스 폭스턴, 조슈아 네이선슨 등 색깔이 뚜렷한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집중 조명해왔다. 특히 여성 작가가 활발하게 활동할 기회를 만들고 그들을 위한 프로모션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렇게 VSF는 작은 불씨의 기세를 차곡차곡 모아 이제 불길을 키울 준비를 마친 듯하다. 로스앤젤레스, 댈러스, 서울 세 도시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김 바렛 대표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은 무엇일까? &ldquo;VSF 가 위치한 로스앤젤레스, 댈러스, 서울에서 우리의 단단한 기반을 계속해서 강화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이 세 도시와의 깊은 유대감을 느끼고 모두 나의 집이라고 부른다. 비단 개인적인 이야기가 깃든 장소일 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의 경제 규모는 세계 5위, 댈러스는 10위, 서울은 12위로 활발 한 비즈니스를 위한 매우 전략적인 도시이기도 하다.&rdquo; add 812 N Highland Ave, Los Angeles

THE LANDING
열기를 피해 들어간 서늘한 화이트 큐브에서 조금 더 호젓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더 랜딩이 답이 될지도 모르겠다. 더 랜딩은 어떤 의미에서 진정한 로컬 갤러리라고 말할 수 있다. 다른 갤러리보다 규모는 작지만 캘리포니아 모더니즘과 관련이 있는 20세기 전후의 작품을 주로 다루면서 동시대 아티스트도 꾸준히 추천하기 때문이다. 더 랜딩의 오너인 제라드 오브라이언(Gerard O&rsquo;Brien)은 &ldquo;우리 갤러리의 프로그램을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아티스트들에게 국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2015년 설립 이래로 캘리포니아적인 관점은 특히 역사적인 자료와 관련해 더 랜딩의 DNA에서 빠질 수 없는 구성 요소였다&rdquo;라고 설명한다. 비록 세상에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역사적으로 재조명할 가치가 있는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널리 소개하는 것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오브라이언은 더 랜딩을 시작하기 전 멜로즈 애비뉴에서 빈티지 가구 및 핸드메이드 작품을 전시 및 판매하는 살롱 스타일의 공간을 운영 하며 캘리포니아만의 색채가 담긴 장식미술 전반에 관심을 키워왔다. 그는 가구, 도예, 섬유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을 주목하고 그들의 작품이 지닌 본연의 가치와 어울리는 올바른 장소를 찾아주길 원했다. 굳이 장르의 층위를 구분하지 않고 전시장을 구현하는 방식 또한 사뭇 감각적이다. 이후 더 랜딩은 JB 블렁크, 로버트 스트리니, 모리스 마티네 등 조각과 가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했던 이들을 시작으로 예브게니아 바라스, 조너선 라이언, 크리스 팰런 등 순수 미술까지 범주를 넓혀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add 5118 W Jefferson Blvd, Los Angeles

editor Lee Ga Jin

로스엔젤레스에서 꼭 한번쯤 들러야 할 갤러리 6곳

Tags

Recommended posts for you

FASHION

나와 랑데부

People

디올 맨, 강아지 그리고 테니스 플레이어

FASHION

바로 지금, 가장 거머쥐고 싶은 것

People

나만의 길, 대담함, 그리고 옛날 노래 리스너, 유하민

FASHION

2024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주목해야 할 키 룩

People

김현준은 이제 자신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탐색한다

People

톱 모델 마티유 시모노의 가장 빛나는 순간

FASHION

이제훈, 그를 둘러싼 대지와 바람, 그리고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