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에서도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는 듯한 잔나비의 최정훈과 만났다

L&rsquo;OFFICIEL HOMMES(이하 LH) 봄을 기점으로 오랜만에 관객들과 재회했다. 페스티벌과 대면 공연을 통해 그간 목말랐던 무대에서의 에너지를 충분히 충전했나?
최정훈 최근 공연을 많이 한 덕분에 공중으로 20센티미터 정도 떠 있는 기분으로 지내는 것 같다(웃음).
LH 무엇이 특히 그리웠나?
최정훈 공연 전에 긴장되는 느낌. 연달아 공연이 잡혀 있을 때는 긴장감이 싫기도 했는데, 지난 3년간 그 기분을 못 느꼈더니 삶의 패턴 자체가 달라진 듯하다. 무대에 오르기 전의 긴장감은 막상 공연이 시작되고 몸이 풀리면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부스터 역할을 한다. 긴장과 완화가 적절하게 반복되던 생활의 리듬이 끊기니 은퇴한 운동선수의 기분이 어떤지 알 것 같았달까.&nbsp;

LH 지난봄에는 최정훈을 주제로 한 사진전 &lsquo;Days of Future Passed&rsquo;가 열렸다. 어떻게 기획된 전시인지 궁금하다.
최정훈 평소 빈티지 카메라를 아주 좋아한다. 빈티지 카메라 전문 숍인 엘리 카메라와 인연이 닿아 함께 사진전을 기획했다. 말 그대로 취미로 사진을 찍었던 터라 전시를 열기엔 부족할 것 같아서 매니저를 해주는 친형이 찍어준 사진들을 같이 전시했다. 아침 운동 후에 찍은 거울 셀카도 전시하고 그걸 찍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캡션에 적었다. 이런 평상시 모습을 팬들이 재미있게 보고 좋아해준 것 같다.
LH 사진전의 주제가 &lsquo;최정훈의 하루&rsquo;였다. 아침, 오후, 저녁, 새벽 중에서 언제를 제일 좋아하나?
최정훈 전시를 한창 준비할 때는 아침을 좋아했다. 그전에는 아침 시간대를 누려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서른을 기점으로 아침에 눈이 떠지더라(웃음). 그게 너무 좋았다. 다른 사람들이 출근할 때 일어나서 창문 열고, 운동하고, 씻고, 작업 준비도 하고. 열린 창문으로 이웃에서 밥 짓는 냄새가 솔솔 올라오면 시리얼이라도 간단하게 챙겨 먹었다. 그렇게 아침이 살아나니 오후, 저녁, 새벽도 맨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요즘에도 아침이 제일 좋다.

LH 잔나비의 음악은 언제나 서사가 있다. 이야기 자체를 좋아하나?
최정훈 이야기는 내가 음악에 접근하는 가장 쉬운 방식이다. 어릴 때부터 영향을 준 뮤지션들의 음악이 멋지게 들렸던 이유는 모두 자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었다. 뮤지션은 이야기꾼 같다는 관념을 내 속에 가지고 있어서인지 내 노래들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녹이고 싶다.
LH 세 장의 앨범을 세 권의 책이라고 가정한다면 스토리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곡을 꼽아줄 수 있나?
최정훈 1집에서는 제일 마지막 트랙인 &lsquo;몽키 호텔&rsquo;. 당시 힙하고 쿨한 음악이 한창 유행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고 &lsquo;몽키 호텔&rsquo;의 가사에 그런 메시지를 담았다. 2집의 앨범명과 동일한 &lsquo;전설&rsquo;, 3집의 &lsquo;외딴섬 로맨틱&rsquo; 역시 그 앨범으로 하고자 했던 말을 가장 잘 보여주는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다.&nbsp;
LH 직업을 떠나 생활에서 음악을 얼마나 가까이 하나?
최정훈 항상 노래를 틀어놓는 편이다. 책 읽을 때랑 잠들기 전만 빼고. 제일 좋아하는 건 일어났을 때 비몽사몽 상태로 씻고 나와 음악을 틀어놓고 머리 말리고 로션 바르기다.
LH 하루의 첫 노래를 정해놓나, 아니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우연을 기대하는 쪽인가?
최정훈 시즌별로 매일 아침 들을 노래를 정해놓는다(웃음).
LH 2022년 시점으로 최정훈의 감수성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최정훈 아파트 단지가 있으면 상가 단지도 있기 마련이다. 둘 사이에 놓인 대로에 횡단보도가 있는데 거기 서서 두리번거리는 소년이 있다. 그렇게 어린 시절의 내 모습, 그런 자아를 불러온다고 생각하면서 노래를 만든다.&nbsp;
LH 잔나비의 다음 앨범은 언제쯤 만날 수 있나?
최정훈 내년 하반기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LH 1년이나 남았는데 기다리는 동안 팬들은 그리움을 어찌 달래야 하나?
최정훈 11월 초부터 내년 1월 말까지 전국 투어가 예정되어 있다. 공연을 마치면 조금 쉬고 바로 앨범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콘서트를 통해 지겨울 정도로 만날 수 있을 것이고 시간은 엄청 빨리 흐르니까 기다리는 기간은 잠깐이 될지도 모른다.&nbsp;

Stylist Kim Bebe Writer Lee Ga Jin Photographer Shin Sun Hye Hair Lee Ji Hyun Make up Seo Eun

더 자세한 내용은 &lt;로피시엘 옴므 YK 에디션&gt; 2022년 가을/겨울호를 확인해보세요.

잔나비 최정훈의 SENSE AND SENSI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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