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에르메스, 루이 비통, 프라다부터 소더비까지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는 플로리스트 시몬 구츠. 몰타어로 꽃을 뜻하는 &lsquo;퓨라(Fjura)&rsquo;라는 이름을 통해 그녀는 꽃을 찬미하는 가장 순수한 서정시를 짓는다.

L'OFFICIEL (이하 LO) 처음 꽃에 사랑을 느꼈던 순간을 기억하는가? SIMONE GOOCH (이하 SG) 내가 기억하는 한 나는 언제나 자연과 통한다고 느꼈다. 꽃은 자연의 가장 소중한 일부가 아닌가. 자연, 꽃과 소통하는 느낌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LO 플로리스트가 운명임을 감지했던 순간은? SG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플로리스트를 돕는 일을 했다. 플로리스트가 매우 창조적인 직업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내가 앞으로 원하는 커리어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LO 당신의 하루는 어떻게 시작되고 또 끝나는가? SG 지금은 시드니에 거주하고 있고, 큰 프로젝트가 있을 때만 유럽으로 잠시 돌아간다. 세상 어디에 있든 나의 일과는 새벽 3시쯤 꽃을 고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순간부터 일상이 멈추는 것과 다름없다. 오후 4시까지는 컴퓨터와 휴대폰의 전원을 끄고 작업에 집중한다.
LO 플라워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SG 꽃과 함께 일하고 꽃을 고르고 어레인지먼트하는 비즈니스에는 다양한 일이 포함된다. 나의 기본적인 관심은 하이 퀄리티를 지닌 특별한 꽃을 고르는 일에 집중되어 있다.
LO 샤넬, 에르메스, 루이 비통, 프라다부터 소더비까지 당신의 고객 리스트는 끝을 모르고 이어진다. 각기 다른 브랜드와 협업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SG 작업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방면에서 디테일 하나하나에 깊은 주의를 기울인다. 그 결과 최종 작품이 잘 나오는 것이다.

LO 지구상에 너무나 다양한 품종의 꽃이 존재한다. 당신에게 감동을 주었던 꽃은? SG 내 할머니를 연상시키는 카멜리아다.
LO 플라워 마켓에서 어떻게 꽃을 고르는가? SG 꽃 시장이 열리자마자 매일 직접 꽃을 고른다.
LO 당신은 아름다운 꽃을 찾아 세계 여러 곳을 여행했다. 그런 당신에게 가장 특별한 곳은 어디인가? SG 이탈리아에서 한 행사를 위한 꽃 작업을 하면서 그 지역의 꽃을 고르던 일은 정말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였다.
LO 당신이 꽃을 통해 표현하는 것은 결국 예술적 감각이다. 예술적 감각은 어디에서 오는가? SG 나는 비주얼에 아주 강한 사람이고 내 미적 감각은 시간과 경험을 통해 다듬어지고 있다. 예술과 자연에 매우 열정적이다.
LO 막 피어난 꽃과 시든 꽃을 조합하기도 한다. 어떤 의도인가? SG 오래된 꽃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내가 사용하는 꽃 중 상당수는 아주 델리키트하다. 특히 정원에서 자란 장미가 그렇다. 이런 꽃을 작업할 때 꽃잎이 떨어지기도 하는데, 어떤 때는 그냥 그대로 내버려둔다. 왜냐하면 자연의 의도대로 꽃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LO 꽃의 컬러를 조합하는 당신만의 방식은 무엇인가? 마치 조각처럼 유연하면서도 아름다운 형태는 어떻게 완성되는가? SG 20여 년간 거의 매일 꽃을 매만져왔다. 그래서 꽃 작업은 내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프로세스다. 나는 꽃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느끼며 아마 그런 느낌이 내 작품에 드러나는 것 같다. 꽃을 고를 때 이미 그 꽃에 매료되고, 그다음 어레인지먼트는 그냥 본능적으로 하게 된다.

LO 당신의 꽃 작업은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처럼 보인다. SG 15년 전 일본 여행을 한 적이 있다. 그 여행에서 받은 영감은 여전히 내 작품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LO 영국 장미와 호접란을 조합하곤 한다. 매우 낯선 조합이다. SG 서로 다른 꽃을 조화시키는 데에 어떤 법칙을 두지 않는다.
LO 당신의 삶을 예술적 영감으로 채우기 위해 무엇을 하는가? SG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산책하며, 관찰한다. 영화를 보고, 고요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사색한다.
LO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는? SG 아주 많다. 건축가, 화가, 조각가, 영화감독, 조경사, 음악가 그리고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다.
LO 당신의 작업실은 어떤 모습인가? SG 내 스튜디오는 작고, 실용적이며, 잘 정돈된 공간이다. 꽃이 매일 들고 나기를 반복한다. 자연광으로 가득 찬 하얀 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LO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작업은? SG 흥미롭고 호평받는 작품을 계속 만들고 싶다. 그리고 영감을 주고받으며 협업할 수 있는 클라이언트들과 계속 함께하고 싶다.
LO 플로럴 아티스트로서 지구와 환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SG 레스 이즈 모어! 꽃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것은 지구에 좋지 않고, 지금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나는 질적으로 우수한 꽃을 윤리적으로 재배하는 지역 생산자들로부터 제철 꽃을 공급받아 작업한다. 이벤트가 끝난 후 게스트와 스태프들이 각자 선택한 꽃을 가져가고, 남은 꽃은 그 지역 병원에 기증하고 있다.

photographs FJURA
Writer Ha Min Seung

꽃을 찬미하는 가장 순수한 서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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