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예술가 미에 올리세 키에르고르(Mie Olise Kj&aelig;rgaard)가 캔버스에 흩날리는 자유, 용기, 기쁨에 대한 인터뷰.

처음으로 손과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서 두 발로만 자전거를 타던 순간, 롤러스케이트에서 롤러블레이드로 업그레이드한 날 느꼈던 그 아찔한 속도와 유려한 리듬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 자유가 무어라고 말로 설명할 수는 없었겠지만 온몸으로 자유를 만끽하던 시절이다. 덴마크 예술가 미에 올리세 키에르고르(Mie Olise Kj&aelig;rgaard)의 그림 앞에서 그 날카로운 쇳빛 에너지가 다시 움트는 듯했다. 가진 힘을 전부 꺼내 쏟아붓겠다는 의기와 인물을 향한 애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커다란 캔버스, 그것을 장악한 이들은 전부 여성이다. 소녀, 여성 혹은 마녀.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부르든 그들은 개의치 않는다. 타고난 모습 그대로 존재 하고, 자신의 욕망을 두려움 없이 드러낸다. 거침없이 모험하며 세상을 즐길 뿐이다.

L&rsquo;OFFICIEL (이하 LO) 조선소와 제재소 사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읽고 당신의 성장 배경이 더욱 궁금해졌다. MIE OLISE KJ&AElig;RGAARD (이하 MOK) 나는 덴마크의 섬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우리 가족은 몇 주에 걸친 긴 항해 여행을 떠나곤 했다. 때로는 스칸디나비아 피오르에서 배를 절벽에 묶어두고 머물기도 했다. 나는 종종 혼자였고, 다른 아이들도 없었으므로 혼자서 모험을 감행했다. 배 안에 있을 땐 끔찍하게 지루해 수평선을 향해 소리쳤다. &ldquo;너무 지루해!!!!!!!&rdquo; 바로 거기에서 상상의 세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배를 건조하는 곳을 돌아다니며 배 아래로 들어가거나 사다리를 타고 배 안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제재소에 있을 때는 거대한 기계 안에 있었다. 오전 7시가 되면 금속성의 큰 소리와 함께 기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경험이 관찰하는 법, 균형과 구조를 아우르는 나의 세계관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LO 예술과 관련된 기억은 없나?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다든지. MOK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가본 경험은 전혀 없다. 그런 공간이 전무했으니까. 예술계에 속한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다만 엄청 많은 스케치를 하고 그림을 그렸다. 기본적으로는 지루함 때문이었다. 새로운 세계로 탈출하고 싶은 욕망도 있었다. 우주를 만들어내고, 어떤 장소나 마을에 대 한 모델을 짓고, 마치 내가 거기 사는 사람인 것처럼 상상하면서 놀았다. 판자로 만든 사람들과 함께. 
LO 작품의 주제이자 주인공은 여성이다. 여성을 주제로 삼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그런 주제가 당신의 작업에 어떤 식으로 길을 터주었다고 생각하나? MOK 내 작품의 주제가 여성 아닌 다른 무엇이 될 수 없는 지점에 이르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나는 소녀와 여성이 평등하게 대우받지 못하는 삶을 살았다. 성별, 인종, 계급 간의 평등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다. 그것은 투쟁이었다. 나는 예술가가 되기를 고집해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예술계에서도 불평등의 지표가 아주 조금이 아니라 미친 듯한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자 내 시스템 안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더 이상 그 주변을 돌아다닐 수 없었고 그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방식과 그것을 다루는 주제는 점차 같은 에너지를 얻게 되었다. 화가로서 레이어, 붓질, 물감 방울, 촉감 등 회화적 요소에 깊은 사랑을 품고 있다. 또한 여성이라는 주제를 다루며 옷과 머리카락 등을 그리는 것도 즐겁다. 그러므로 주제 자체에서 수많은 흥분거리를 발견할 수 있다.

LO 특정한 모델을 그린 것인가? 혹시 자화상인가? MOK 전부 지어낸 것이다. 하지만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표현하기도 한다. 가령, 열 살인가 열두 살 때 자전거 또는 말을 타고 떠났던 기억에서 길어 온 내 안의 힘 같은 것을 나타낸다. 그림 속 여자들이 나와 약간 닮았다는 말을 들었고 그들 중 일부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또 다른 힘을 가졌고 나와는 다른 누군가다. 
LO 화폭에 구현할 이미지나 장면은 어떻게 결정하나? 당신의 상상 혹은 개인적 경험과도 관련이 있나? MOK 일종의 부조리한 상황이 일어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장면을 밀어붙이는 것을 즐긴다. 여성이 동물 위에서 포즈를 취하는데, 거의 웃기게 보일 정도까지 밀고 나간다. 또한 초상화나 여성 그룹에 대단한 강렬함을 불어넣으려고 노력한다. 전작들에서는 자전거나 말을 돌연 사나운 생명 체로 만들기도 했다. 그러면 안 될 이유가 없지 않나. 그림에서 중력이나 현실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 그들 자신을 위해서든 재미를 위해서든 잔뜩 흥분하거나 너무 지나친 혹은 너무 느슨한 통제를 하도록 밀어붙이는 일은 역사적으로 여성에게 실제로는 허락된 적이 없다.
LO 당신의 작품 속 여성은 대개 입술을 다물고 있지만 어쩐지 조용한 성격일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만약 그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MOK 흥미로운 질문이다. 그림엔 소리가 없는데 말이다 (웃음). 나는 그들이 사과하지 않고, 웃지 않고, 비위를 맞추려고 애쓰지 않도록 하려고 한다. 그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말하고 자기 자신을 설득하거나 설명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리고 분명히 농담을 즐길 것이다. 어쩌면 포 효할 수도 있다.

LO 코뿔소, 말, 상어 등 다소 거친 동물과 함께 있을 때 조차 그림 속 여성은 상황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MOK 열린 질문을 선호한다. 그들은 사나운 동물을 지배하고 있는가? 그들은 함께 있는 것인가? 동물은 여자의 일부인가? 그들은 어디로 가지? 왜? 대답은 바뀔 수 있다. 그리고 바뀌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LO 여성을 주요하게 다룬 문학 작품이나 영화 등 다른 장르에서 영향을 받거나 공감한 적도 있을 것 같다. MOK 물론이다. 영화보다는 문학이 여성에 의해, 여성을 위해 더 많이 창작되었다. 아마도 영화 산업에 들어가는 거대한 경제 자본 때문일 것이다. 글쓰기는 작은 지원만 있으면 혼자서 할 수 있다. 나는 글쓰기가 많은 여성 창작자에게 길을 열어줬다고 느낀다. 버지니아 울프, 아나이스 닌, 시몬드 보부아르와 같은 여성이 다음 세대의 여성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비요크, 시네이드 오코너, 비비안 웨스트우드, 트레이시 에민, 빌리 아일리시로부터 여성적 에너지에 대한 영감을 받기도 했다. &lt;Transparent&gt;, &lt;I Love Dick&gt; 등을 연출한 영화감독 조이 솔로웨이의 이야기도 즐겨 듣는다. 2016년 피메일 게이즈(Female Gaze) 포럼에서 들려준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는 유튜브에서 찾을 수 있다.
LO 캔버스의 커다란 사이즈가 당신 작품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것 같다. 작품 크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나? MOK 나는 손목이 아니라 팔 전체를 움직여야 하는 신체성 때문에 대형 회화의 퍼포먼스적 요소를 좋아한다. 그리고 내 몸과 관련된 규모를 좋아한다. 상황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좋아하는데, 만약 어떤 상황을 뒤집는다면 큰 캔버스에서 효과가 더 잘 드러난다. 아마도 어린 시절에 내가 배 아래에 있었던 모습과도 좀 비슷한 듯하다.

LO 흥미로운 제목이 많아서 작품과 제목을 짝지어보는 재미도 있다. MOK 사실 작품 제목 짓기를 제법 즐기는 편이다. 때로는 덴마크어로 된 말이나 노랫말을 참고하고, 아니면 그림 속 상황을 묘사하기도 한다. 특히 그림이 좀 과한 듯할 때 평범한 설명을 달면 더 재미있어진다. 반대로 황당한 장면을 묘사할 때는 오히려 기본에 충실하고자 한다. 경의를 표하는 차원에서 다른 여성 예술가의 작품 제목을 따라서 전체 시리즈의 제목을 짓기도 했다.
LO 일상 속에서 작업에 어떻게 시간을 안배하나? MOK 아들이 하나 있는데, 그의 존재가 내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이전에는 모든 것이 더 혼란스러웠다. 저녁이나 밤에 작업했고, 파티를 즐겼고, 외국에 가서 살곤 했다. 요즘 내 인생은 아들과 지내는 몇 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몇 주로 구분된다. 두 기간은 완전히 다르지만 똑같이 좋다. &lsquo;책임감 있는&rsquo; 몇 주간의 라이프스타일에선 아침에 스튜디오로 나간다. 그리고 우선 커피를 만들고 작업을 많이 한다. 집중력도 제법 좋다. 캔버스 천을 여러 개 짜고, 작품을 포장하고 운송하며, 재료가 충분히 있는지 등도 확인한다. 반면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주간에는 좀 더 경계가 모호하다. 작업에 빠져들어 시간이 얼마나 걸리건 계속 그림을 그린다. 읽고, 쓰고, 많은 아이디어를 실험한다. 더 자유로운 기간인 셈이다. 사람들이 스튜디오에 찾아와서 와인을 따면 일이 커지기도 하고.
LO 에너지를 소진하며 작품을 완성한 후에는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MOK 작업을 마치고 나면 얼마 동안 그 작품 주변을 돌아 다니곤 한다. 그것을 알고 싶어서다. 단지 내가 무언가를 만들었다고 해서 그것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작품과 함께 있으면서 그것이 나의 초기 느낌을 유지하는지 살펴본다. 좀 더 분석적인 면모를 발휘하는 것이다. 하지만 작업하는 동안에는 &lsquo;탐색적&rsquo;인 편이다.

LO 지난 4월 23일 텍사스주 댈러스에 위치한 전시 공간 카르피다스 컬렉션에서 개인전 &lt;Holding Space&gt;를 열었다. 그 전시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자 했나? MOK 9점의 작품에 각각 한 명의 여성을 그렸다. 그녀들은 각자 무언가를 하고 있다. 책을 읽거나, 편하게 앉아 있거나, 실 놀이를 하거나,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다. 흔히 미술사에서 여성은 남성 예술가의 &lsquo;뮤즈&rsquo; 개념으로 모델과 대상 역할에 고정되어왔는데, 그와 대비되도록 오롯이 여 성을 주제로 하는 개념을 펼쳐 보이고 싶었다. 내 그림에서는 여성 모두가 주체다. 몇몇 작품에는 색채를 정말 풍부하게 썼다. 연작으로 이어갈 아홉 점의 그림을 완성했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색깔이나 전작에서 가져온 세부 사항, 추진력 등 다른 생각으로 더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될 거라고 믿는다. 내 선택에 점점 더 용감해지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지난 전시를 통해 그러한 면을 명백하게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프로젝트에서도 꾸준히 비슷한 용기를 발휘하고 싶다.
LO 당신에게 궁극의 자유란 어떤 의미인가? MOK 길 위에서 머리칼이 바람에 날리고, 어디로 가는 중 인지, 언제 그곳에 갈지 확신할 수 없는 것. 우회할 자유
LO 그렇다면 가장 위대한 환상은? MOK 사람들이 평등하고 조화롭게 살 수 있는 미친 상황. 그렇다. 나도 그게 기이하다는 걸 알고 있다. 
LO 당신의 작품이 앞으로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는가? MOK 나는 예술이 세상에 아주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접근 방식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A와B 사이에서 가장 효율적인 길을 찾는 방식으로 형성된 우리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은 무언가 다른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예술은 궁금해하고, 질문하고, 때로는 우회해 뒤로 걷기를 원한다. 만약 내 작품이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이 잠시나마 힘을 얻고, 거칠어지고, 게임의 우위를 점한 순간 또는 상황을 느끼게 하거나 기억하게 할 수 있다면 진심으로 행복할 것이다. 그러한 경험은 다른 시간대에서 끌어 오는 연료가 된다. 나는 시간을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10대가 되기 전 나는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지만 기운이 아주 세고 강력했다. 그때로부터 나의 근원을 찾는다. 그림을 통해 다른 사람들 또한 그들 각자의 강점과 연결되도록 일깨울 수 있다면 매우 기쁘겠다.
LO 지금 당신을 가장 설레게 하는 일은 무엇인지? MOK 새로운 스튜디오로의 이사. 스물여섯 번째 공간이다. 그곳에서 아티스트 토크와 살롱 등 여러 이벤트를 할 계획에 설레고 있다. 그리고 이번 여름, 헝겊으로 물 위에 뜰 수 있는 보트를 만들어 아이와 함께 강을 표류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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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Lee Ga Jin

여성이 평등하고 조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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