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헤이즈, 그녀의 팔색조 매력

L'OFFICIEL HOMMES (이하 LH) 헤이즈라는 가수가 세상에 나온 지 꼬박 10년이 됐다. 첫 앨범을 낸 2014년 1월과 지금을 비교할 때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헤이즈 10년 전에는 겁 많고 자신 없는 사람이었다. 스스로를 &lsquo;준비되지 않은 사람&rsquo;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포기도 빨랐다. &ldquo;시상식 무대요? 저 안 할래요. 못하겠어요.&rdquo; 그랬던 내가 지금은 &lsquo;한번 해보자. 다 방법이 있겠지. 미친 듯이 노력해서 해내자&rsquo; 생각한다.
LH 지난 10년간 가수가 된 걸 후회한 적도 있을까? 헤이즈 왜 없겠나. 따로 연습생 시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으로 대학생 시절 서울에 올라와서 혼자 준비했다. 그러니까 내가 음악을 한다고 해서 연예인으로 비칠 것까지 예상했다는 건 아니다. 요즘은 브이로그 같은 콘텐츠로 일상을 보여주는 것도 일에 포함되는 것 같은데 내 성향상 그게 잘 맞는 편이 아니라 항상 부담감을 느낀다. 또 무대 위에서 마냥 즐기지 못하고 긴장한다는 점 에서 내게는 공연장이 놀이터가 못 되고 항상 일터라는 자각이 들 때면 의구심이 생긴다. &lsquo;나는 플레이어가 아니라 그냥 프로듀서여야 했나?&rsquo; 이런 생각이 휘몰아친다.

LH 10년을 해도 그런 불안감은 피할 수 없나 보다. 헤이즈 그러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 같은 건 앞으로도 없을 수 있다. 침체기도 여전히 찾아온다. 앨범 하나 내고 나면 이제 내가 무슨 할 말이 더 남았나, 사람들이 나한테 듣고 싶은 말이 더 있을까 싶고. 그러다가도 인생이란 또 새로운 경험을 마주하게 되니까 그걸로 음악을 만들고, 그러고나면 또 괜찮아진다.
LH 사람들은 당신의 음악에 &lsquo;비&rsquo;와 &lsquo;이별&rsquo;을 기대한다. 그런 이미지와 실제 추구하는 음악이 충돌하지는 않나? 헤이즈 참 다행이라고 여기는 부분이다. 곡이나 피처링, 작사 섭외가 들어올 때도 나의 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안 해봤던 걸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야 늘 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OST 같은 곡을 만들어보고 싶기도하고. 또 나의 랩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던데, 그것도 다시 해봐야지.
LH 언제나 랩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헤이즈 맞다! 앨범 수록곡을 살펴보면 늘 멜로디 랩이 있는데 사람들은 &lt;언프리티 랩스타&gt; 때처럼 좀 더 때려 박는 걸 기대하는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막 쏘아붙일 메시지가 없다. 내 안에 화가 좀 있어야 그런 랩이 되는데.

LH 그러고 보니 헤이즈의 음악 속 가사에서 원망이나 미움 같은 걸 느껴본 적이 없다. 심지어 &lsquo;어쨌든 반가워&rsquo;라는 곡에서는 용서할 수 없는 놈한테도 그래도 반갑다고 하더라. 헤이즈 하하. 남 탓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게 나를 더 괴롭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누군가를 원망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지 않나. 특히 관계에서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lsquo;상황이 이럴 수밖에 없었겠다&rsquo; 혹은 &lsquo;그 사람이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rsquo; 하고 이해하려 한다. 그래야 정리를 하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지. 곡으로 쓰고 나면 &lsquo;이러려고 그랬구나&rsquo;가 된다. &lsquo;이런 음악을 쓰려고 그런 일을 겪었구나.&rsquo; 그렇게 마무리한다.
LH &lsquo;어쩌면 해피엔딩&rsquo;의 가사처럼 헤이즈에게 이별은 언제나 해피엔딩일 수도 있겠다. 헤이즈 그 곡은 주문 걸듯이 썼다. 헤어짐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lsquo;이건 사실 해피엔딩일 거야&rsquo; 하고 생각하는 마음으로. 그 장치가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됐다. 헤어짐을 통해야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 또 어떤 사람의 자리가 비워짐으로써 더 좋은 인연이 생길 수 있을 테니까 모든 이별은 해피엔딩이 맞다.

LH &lsquo;작사가&rsquo;의 가사에서도 그런 마음이 엿보인다. &ldquo;비극적 결말의 주인공이 된다 해도 괜찮아. 누군가는 위로를 받을 거야.&rdquo; 헤이즈 맞다. &lsquo;작사가&rsquo;를 쓰기 전에는 실제로 겪은 일을 쓴다는 점에서 죄책감도 많이 느꼈다. 실존하는 인물이 항상 등장하니까. 그 사람이 들으면 이게 자신의 이야기라는 걸 알 테니까. 그런데 내 직업이 그런데 어떡해? &lsquo;작사가&rsquo;에 그런 솔직한 마음을 싹 풀어냈더니 이후엔 좀 낫더라. 다만 일을 시작한 초반과 비교하자면 너무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LH 다른 사람이 쓴 곡 중 &lsquo;내가 썼으면 좋았을걸&rsquo; 하고 감탄했던 가사가 있을까? 헤이즈 이문세 선배님의 곡 &lsquo;유럽이나 그대 어디든지&rsquo;에 &ldquo;유럽이나 그대 어딨던지 나 그대 있는 곳에 함께 하오&rdquo;, &ldquo;사랑이란 항상 못 잊는 것&rdquo; 같은 가사가 나온다. 1999년에 노래가 나왔는데 당시 유럽은 지금보다 심리적인 거리가 훨씬 멀었을 거라고 예상한다. 그게 어디가 됐든 나는 너를 사랑하러 간다는 말, 너무 멋있지 않나?

이 외에 모든 헤이즈의 화보와 인터뷰가 담긴 &lt;로피시엘 옴므 YK에디션&gt; 2024년 봄/여름호는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과 주요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Editor Woo Lee Kyoung, Park So Yeon Writer Park Gemma Photographer&nbsp;Yoon Song Yi Stylist Kang Dan Bi(Intrend) Hair Bae Kyung Hwa Makeup Ahn Se Yeong

모든 이별은 해피엔딩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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